BP's : 일본 문학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끌어준 하루키씨의 신작을 다 읽기까지 오래 걸렸다. 2편까지는 쉼 없이 읽었지만. 중간 휴게소에 내려서 (사실 난 2편이 끝인줄 알았음) 한참을 있다보니 '어 3편도 있네' 라고 알게 됐지만, 도통 손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누님댁 서재에 있는 책을 집어서 냉큼 읽었는데.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은....'속았다' 였다.
다행히 속은 대상은 하루키씨가 아니라 YES24를 비롯해 출판사와 언론들의 과도한 찬양이었다.
혹시 하루키씨가 "아 소재의 고갈 때문에 좀 쉬어야겠어. 이번에는 부담 없이 그동안 써보고 싶은 장르로 키보드 가는대로 써보자" 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출판사에서 "이번에 오래간만에 하루키씨가 책을 낸만큼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베스트셀러에 올려야 합니다" 라고 과도한 반응을 한 것은 아닐지...
이 책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부터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하루키씨의 주 종목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름난 초밥 요리사가 괜찮은 탕수육을 만들었는데 '역시 최고의 탕수육이다' 라고 호들갑스러운 설명을 들은 느낌..
먹어보니.."음 탕수육도 괜찮은데...하지만 역시 초밥만큼은 안되는 군..."이정도의 표현이 맞을 것이다.
책 자체는 흥미로운데, 2편 중간으로 갈수록 피로해진다. 이 두꺼운 책을 세권이나 읽은 것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내용을 표현하기에 이만큼의 원고량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히가시노 게이고씨가 같은 내용을 썼으면 더 감칠 맛이 나지 않았을까?
어쨌든 오랫동안 미뤄놨던 숙제를 마친 기분...
맨 마지막 장을 넘길 때...'4권에 계속....' 이라는 글이 없어서 얼마나 안도했던지...-_-;
http://www.yes24.com/24/goods/3787264?scode=032&OzSrank=1
p229
세상 사람들 대부분 자신의 머리로 뭔가 생각한다는 걸 아예 하지 못한다. 그리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간일수록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p282
그는 아직 예순네 살이지만 그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누군가 깜박 실수해서 이 사람의 인생의 필름을 성큼 앞으로 돌려버린 것처럼
P611
고콩이라는 건 간단하게 일반화 할 수 있는 게 아냐. 개개의 고통에는 개개의 특성이 있어. 톨스토이의 유명한 한 구절을 약간 바꿔 말해보자면, 쾌락이라는 건 대체로 고만고만하지만, 고통은 나름나름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지. 묘미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어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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