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할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열어!!! 열어 !!!! 열어 !!!!'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절규 수준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할머니 몇 분께서 닫힌 지하철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고 기관사 분께서. 뒤로 물러나달라고 하는데도 계속 '열어!!! 열어 !!'라고 소리를 지르니 지하철 안 사람들이 모두 보게 됐다.
알고보니 할머니 중 한 분이 문이 닫힐 때 문 사이로 우산을 끼워서 지하철이 출발하지 못하는 상황.
결국 짧은 시간이지만 실갱이를 하다가 기관사분께서 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 상기된 기관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동차 출입문에 우산을 끼우고, 문을 두드리면 운행에 방해를 받을 뿐 아니라 승객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이 기관사님 목소리를 지주 들어서 익숙한 분인데, 동작대교 건널 때면, 날씨 얘기도 하시고, 하루 즐겁게 보내하고 말을 하시는 분이다.
아마 기관사분은 이날이 최근 가장 화난 날이었을 것 같다.
당당하게 들어오는 할머니들 중 우산을 밀어 넣은 할머니는
'거봐 들이밀면 출발 못해' 라고...
라고 하시면서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종교 활동 얘기로 계속 시끄럽게 말씀을 나누신다.
할머니들이 생각하시는 종교 활동은 무엇일까?
저 할머니들도 예전에는 수줍음 많은 소녀셨을텐데. 무엇이 할머니들을 바꾸게 한 것일까?
나중에는 버스를 탔는데, 거기에서도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 없는 정류장에 할아버지가 타셨는데, 입구쪽에서 계단 아래로 발을 걸치고 버스비를 지갑에 꺼내고 계셨다.
선글래스에 모자를 쓴 (이제 선글래스와 향우회? 모자는 거부감이...) 어르신은 기사님이 올라와서 버스비를 내셔도 된다고 했는데도,
안들리는지 지갑을 주섬주섬 열어서 버스비를 내셨다.
다행히 주변에 차가 없어서 버스기사분이 한참을 기다려 주셨다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몇 정거장 뒤에 발생했다. 아마도 본인의 목적지가 버스 정류장 사이에 있었나보다.
'여기서 내려줘!!! 여기서 내리란 말이야!!! '
라고 하자.
기사분께서... '어르신. 여기는 정류장이 아닙니다. 저 앞이 정류장이예요' 라고 하자.
'여기서 문 열란 말이야!!!' 라고 소리를 질러서. 결국은 정류장 조금 전에 내리셨다...
버스 기사분은 '에휴' 한마디 하시고 출발을 했고. 어르신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버스가 나가서 불만인 듯...휙 내리셨다.
무엇이 어르신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만든 것일까?
생각해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정서적으로,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것 같다.
누가 그러는데, 사실 나이가 드는 것은 원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쉬운 일이라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일은 나이 드는 것 밖에 없다고 한다.
대부분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젊었을 때 품성이 바뀌기는 하지만, 나이들어서도 막무가내인 사람은 젊었을 때도 그랬을 것이라고....
결국 나이만 들어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부터 주위에 피해를 줬던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그런 생각을 하니 좀 무섭기도 하고... 아까 지하철에서 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조우하게 된다면.... 2차 대전 수준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서 있는데...
옆으로 작은 리어카가 한대 선다.
박스를 가득 채운 리어카 앞에 어르신이 서 있다. 이 분은 길 건너는 사람들이 불편할 까봐 사람이 없는 쪽으로 리어카를 돌려서 세워 놓였다.
그리고, 충분히 공간이 남았는데도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에고 길을 막아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다가 신호가 바뀌자 지나가셨다.
앞서 본 두 명의 어르신과는 좀 다른 느낌...
혹시. 사는게...
그렇게 소리지르고, 악착같이 자기 것을 찾아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세번째 본 어르신이..원래는 자산가인데 박스 줍는 것은 취미로 하시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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