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사실 하루키씨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 그 것도 한 두장 가볍게 휙휙 읽을 수 있는 에세이는 부담도 덜하고 편하다. 본인은 소설가이기 때문에 에세이를 쓰는 것을 맥주전문가가 우롱차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맥주는 큰 감흥이 없지만, 우롱차가 '이건 굉장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매주 수요일 발간되는 일본 여성주간지, 패션잡지인 앙앙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쓴 것이다. 셀 수도 없는 잡지들 사이에서 앙앙은 찾아보니 37만 부(2004년 기준)을 발행하고 있는데, 주간지가 이정도면 대단하다.
작가의 에피소드들이 2~3페이지 있고, 판화가 하나씩 있는데 이 판화들이 아주 잘 만든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그림들이다.
제목은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제목인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카페에서 혼자 키득거리면서 읽기 편한책이라고나 할까.
보니까 미발표 에세이부터 단편소설까지 묶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라는 책이 있는데, 다음에는 이 책을...
아. 원제는 무라카미 라디오2 '큰 순무, 어려운 아보카토' 다. 이것도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인데 우리나라 쪽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했나보다.
-_-; 책 이름이 절반이니
yes24
http://www.yes24.com/24/goods/7178755?scode=032&OzSrank=1
무라카미 하루키 저/권남희 역 | 비채 | 원서 : 村上ラヂオ(2)おおきなかぶ,むずかしいアボカド
2012년 06월 25일
242쪽 | 348g
p103
비틀스와 비교하는 것은 쑥스럽지만, 회사란 '문제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남달리 개성이 강한 것, 전례가 없는 것, 발상이 다른 것, 그런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배제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동요하지 않고 꿋꿋할'사원이 얼마나 있는가로 회사의 기량 같은 것이 정해지는 것 같다.
p114
어쨌든 내게는 '딱 좋다'가 인생에서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잘 생기지도 않고 다리도 길지 않고, 흠치에 천재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괜찮은 구석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이 정도면 그냥 딱 좋지 않은가'하고 생각한다.
사실 여성에게 인기가 많으면 인생이 여러모로 시끄러워질 테고, 다리가 길어봐야 비행기에서 불편할 뿐이고, 노래를 잘하면 노래방에서 목을 너무 많이 써서 목에 용종이 생길 뿐이고, 섣부른 천재였다가는 재능이 언제 다할까 안절부절못할 테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이렇다 할 불편함도 없으니.
그런 경우에 '이쯤이 딱 좋네' 하고 여유롭게 생각하면, 자신이 아저씨(아줌마)든 어떻든 상관없다. 나이 같은 건 관계없이 그저 '딱 좋은'사람일 뿐이다.
p171
야마노테 선에서 아직 내린 적 없는 역이 세 곳 있더군요. 다음에 내려봐야지
p218
지금까지 인생에서 정말로 슬펐던 적이 몇 번 있다. 겪으면서 여기저기 몸의 구조가 변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상처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기에 뭔가 특별한 음악이 있었다, 라고 할까, 그때마다 그 장소에서 나는 뭔가 특별한 음악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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