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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BP/WU] 260

by bass007 2011. 5. 19.



 군생활 대신 교통의경 생활을 택한 나는 나름 파란만장한 군생활을 보냈다. 기초군사훈련은 일반병과 같이 받고, 경찰학교 교육 이후 4번의 보직변경에 따라 경찰서 내부 대부분 실무를 해봤다. 당시 의경을 선택한 이유는 IMF가 터지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군에 지원을 해서, 공백기간이 컸고, 서울에서 멀리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부 가기 싫어하는 군대를 줄서서 가야 했으니, 참 희안한 때였다. 군 생활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얘기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불안감과 압박감을 느낀다. 밖에 나와 있었지만, 나를 감시하는 수 많은 눈과 무전기 때문에 한번도 맘이 편한 날이 없었고, 고참들의 횡포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했다. 
 지금은 내가 있을 때보다 더 좋아졌겠지만, 그래도 군생활이라는 것은 본인이 선택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군대 갔다와야 사람된다. 이런 얘기가 가장 싫다. 그냥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고 나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군대생활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간혹있겠으나 나같이 누가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고역이었다) 

 경찰서 내부의 문제는 근무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이 2~3시간 밖에 안되니 누구나 힘들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악질적으로 후임들을 괴롭히는 선임들. 군대에서 나는 '아 이런 놈들이 일제 시대때 일본 순사 앞잡이 노릇을 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있는 직원 경찰보다 가까이 있는 선임들이 더 야박했다. 

처음 자대에 배치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잔뜩 긴장했을 때 한 선임이 스포츠 신문을 보면서

'음 스파이스 걸즈 해체라...흠. 스파이스가 무슨 뜻이냐?' 우영이 불러라~' 
당시 우영이라는 사람은 내무반에서 유일하게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던 사람으로 내무반의 위키피디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영아. 스파이스 걸즈가 무슨 뜻이냐?' 
'아 선임 그러니까 애들에게 무시 당하는 것입니다. 공부 좀 하십시요. 그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고. 저 여자애들 옷을 보세요. 딱 붙는 옷 아닙니까. 
뭐 생각나는 거 없습니까? '
'모르겠는데' 
'아 참 답답하네....스파이 아닙니까 스파이... 첩보원' 
'아 미안 내가 몰랐다. 어 그런데 스파이는 SPY인데 여긴 영어로 SPICE  라고 써있는데..' 
'아 참 답답하네...자세히 보십시요. 걸스~ 걸~~스.. 복수 아닙니까 복수~!! ' 
-_-; 

당시 나와 함께 왔던 두명의 동기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았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놈이 '픽~'하고 웃어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머지 한명은 우영이가 하는 말을 믿었다고 한다) 
웃은 내 동기는 저녁에 화장실로 불려가서 10분 있다가 등에 여러 발자국이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암울한 군생활은 시작됐다. 
아무튼 1년간 막내 생활을 해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을 무렵 나는 개혁을 단행했다. 

- 선임들 구두 닦지 못하게 하기. 
- 새벽에 일하지 말기. 
- 구타금지. 
- 내부반비 없애기. 등...

하지만 내 동기들과 선임들. 그리고 바로 아래 후임들 중 일부는 기존에 자신들이 착취당한 것이 있으니 그것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내근은 내무반 정족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기 때문에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좁은 내무반에도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을 보면, 회사도...나라도 개혁이라는 것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무언의 폭력이나 위화감은 항상 주는 쪽이 아니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결정해야함에도. 항상 반대로 결정된다. 그리고 주변 환경도..

그리고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고,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군생활 이후 후임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아서. 가끔 만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올해 처음 만남을....


이미 이 녀석들은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대부분 이야기들은 예전에 그쳐 있지만, 그래도 한 이야기를 또 해도 재미있다. 그게 예전 힘든 기억을 나눈 사람들간의 기쁨이 아닐까. 


일단 얼굴들이 확실히 많이 변했다. 나도 그렇겠지만....진경이가 나보고 형이라고 부를때면 '헉' 이라는 소리가 나올 때도...


신기한게 이야기를 해도 해도 새로운 얘기가 나온다. 우리가 같이 했던 시간은 변하지 않는데도.. 


음식이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내 오른팔이었던 구리녀석. 그렇게 여자문제로 고생하더니. 호랑이 부인을 만나서 젊은날의 과오를 갚고 있다. 흠....역시 인과응보야...


동네에서 만났는데....여기 괜찮은 걸...


좋은 이야기와 안주가 함께하니...즐거운 저녁이다. 


서비스도 많이 나왔음.


집에 가려는데 문이 닫힌 횟집 수족관안의 물고기가 나를 쳐다본다. 

흠......그래...너도 살려고 태어났는데. 참....인생이란 무상이로군..

먹는걸 좋아해서 채식은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래도 생명을 경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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