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내 스타일....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곳에서 파티를 열고 싶다.
트립...어떤 곳일까?
2층에 있는데 계단이 예사롭지 않다. 터벅 터벅 올라갔다.
문을 여니 생각보다 큰 공간이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주인장 인듯한 분이 난로 앞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디에 앉을까? 하다가 주방쪽 높은 테이블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보니 독특한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는 좁지만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공간은 커진다.
넓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이 5개 밖에 없다.
아늑하면서도 익숙한 이 느낌 뭐지?
메뉴판을 가져다 주신다.
메뉴판은 캘리포니아 번호한을 엮어서 만들었다. 이 번호판이 진짜 캘리포니아에서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독특하다. 아 그리고 강냉이도...
"커피나 차도 있나요?" 라고 물어보니
있다고 하신다.
커피와 우유 둘 중에 뭐가 맛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이네켄 하나 주세요" 라고 말했다.
맥주 메뉴 중에 하이네켄이 젤 비쌌다. 7000원.기네스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이네켄을 꺼내고 계신 주인장님...
볶은 땅콩도 한줌 주셨다.
분위기가 아음에 들어 좀 앉아있다가 가고 싶었는데.
카피 가격이 3000원 밖에 안해서 커피나 우유를 시킬 수 없었다.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주인장께서는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좋아하시는 음악있으세요? 있으면 틀어드릴께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최근 MJ 어릴적 노래가 생각나서
"MJ 어릴적 노래 있나요?" 했더니 한가득 있는 LP 사이에서 한장을 꺼내주신다..
재즈 음악이 마치기를 기다려서 MJ 어릴적 노래를 연결해주신다...
이렇게 앉아서 노래를 듣는다.
아 노래감상을 해본 적인 언제더라?
MP3플레이어와 PC가 생기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주 편해졌지만
이전과 같은 감동이나 절실함을 느껴본 것은 아주 오래전인 것 같다.
스피커 소리가 꽤 괜찮다. 여느때 같으면 조르륵 달려가서 어떤 것인지 확인해봤을테지만..
그냥 좋기에 앉아서 음악을 음미했다.
테이블도 이정도....
이런 음악카페가 없어진 것이 참 아쉽다.
예전에는 음악감상하려고 이런 카페를 많이 찾았었는데
이제는 별 재미없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와바? 와 같은 병맥주 집만 가득하다.
'~~점'이란 것을 빼면 생긴것도 똑같고. 메뉴판도 같은...영혼이 없는 가게들..
난로 위에 주전자가 끓고 있다. 겨울에 오면 더 좋을 듯.
전등갓...하나 예사롭지 않다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것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무리 디지털이 발전해도 이 느낌만은 커버하지 못한다.
턴 테이블을 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김광석씨 사진이 보인다.
"가요도 있나요?"
"최신가요는 없는데 옛날 가요는 있습니다"
"예. 김광석 노래 있으면 들을 수 있을까요?"
"예 있습니다. 학전 라이브로 들을까요?"
아저씨의 입에서 학전 라이브라는 말이 나올때. 가슴 한쪽이 찌리릿..저려왔다.
그리고 살짝 눈물이 나올뻔 했다.
공력이 역시 대단하시다.
역시 MJ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려 김광석 노래를 들려주신다 .
이 작은 카페 안이 라이브 극장으로 바뀐다.
Trip 내부...
김광석씨는 관객들과 몇마디를 나누시더니..
외사랑을 부르셨다.
이런 느낌을 얼마만에 느껴보는 것일까.
대학 다닐때 김광석 콘서트에 가보지 못해서 두고두고 후회했던 나였지만.
그래서 그의 노래에 더 스며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명함을 한장 달라고 하자
주인장께서는 멋있게 두 손가락에 명함을 끼워서 내게 건네주신다.
아마 예전에는 어딘가에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셨을꺼라 짐작해본다.
아저씨는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내 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신다.
카페안에는 주인아저씨와 나 둘이 앉아서 김광석 라이브를 듣고 있다.
안쪽 주방에서는 안주인께서 계셨다.
멋적은 나는 주인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곳에서 카페를 한지가 10년이나 되셨다는 것..
서울에도 이런 음악카페가 많았지만 이제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맥주는 마실 수 없었다.
그래서 잔을 하나 달라고 해서 주인장께 한잔 가득 드리고 나도 한모금 마셨다.
퀸의 Love of my life를 다 듣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야했다.
집에가서 내일오전까지 올려야 하는 일을 마쳐야 한다.
아쉬운 마음에 아저씨에게 이 곳에서 연말 파티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해를 넘길지 모르겠지만 친한 사람들과 이곳에 같이 오고 싶었다.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데 들어올 때 못 봤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장께서는 언제부터 이걸 걸어놓으셨을까?
입구에는 여러가지 잡동사니가 있다. 옛날 비디오 테잎도 있고.
한참을 서서 구경했다.
이런 카페들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누가 그렸는지 모르는 처음보는 그림들.
옛날 레코드판...
잠시동안 음악여행을 하고 온 나의 가슴은 충분히 젖어있었다.
정신없는 일상에 쫓기다보면 충분히 쉴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뛰라고 재촉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나올때까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카페가 옛날 그 곳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수익성이라는 가치로 평가받는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음악카페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똑같이 생긴 카페에 똑같은 메뉴판, 똑같은 잔에 커피와 맥주를 마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내 생각도 똑같아 지겠지..
아주 오래간만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가끔 노래가 듣고 싶을 때는...이곳에 와야겠다.
오늘 나는 또 소중한 것을 발견했다.
역시 생각나면....마음에 걸린다면...해보는 것이, 가보는 것이 좋다.
오늘도 역시 기분이 좋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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