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타잔형님이 극찬한 짜장면집 신성각.
근처에서 일이 있어서 시전답사겸 점심을 먹기로 했음.
위치는 대충 파악했고.
그냥 맛있는집이 아니라 무척 독특한 집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집은 찾기 힘들기에...
숙대입구서 걸어가기로...
겨울이다...
국철 굴다리를 지나...
숙대입구를 지난다. 쭈욱...대한노인회 건물을 찾으면 95% 도착...
올라가니 배고프다. ㅠ ㅠ 시간이 넉넉하고 체력이 될 때만 숙대에서 올라가길
효창공원에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나 멀다. 택시 기본요금 정도?
짜장면을 사랑하는 신성각.... 앞에 써있는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_-; 글자가 잘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전화번호도 심상치 않다.
들은대로...시계가 두개....
시계가 두개인 이유는 하나가 멈출까봐라서 라고 한다.
매일 짜장면 두 그릇을 배달해야하는 곳이 있는데 혹시나 그 곳에 늦지 않게...
메뉴판은 이렇다. 하지만 이것저것 시킬 생각은 하지 말도록...
메뉴판 분석
1. 요리라곤 잡채와 탕수육 밖에 없다.
2. 영업시작은 11시 37분이다...(11시35분까지 재료 준비하고 청소하고 2분 쉬다가 문을 여신다고 한다)
진짜로 11시 37분에 여는지 궁금해서 그전에 도착하려했지만 12시 20분에 도착 ㅠ ㅠ
3. 주인아저씨는 1957년 생이시다.
4. 일요일, 명절, 여름휴가 때는 쉰다.
5. 엘비스는 1977년 죽었다.
6. 물은 셀프..
7. 주방장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곳은 대부분 면을 미리 뽑아두거나, 주문이 들어오면 면을 기계로 만들고
양념을 더해 내놓지만
여기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아저씨가 면을 뽑기 시작한다.
"짜장면 3그릇' 하고 아주머니가 말하면
"뭐야 세 그릇이면 이정도 반죽이면 충분하겠군"하는 식
아무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주문을 받은 뒤에 만드신다.
물잔..
물잔부터 공력이 예사롭지 않다.
들어는 봤나? 빙고 에어컨...
테이블은 딱 세개....4인 4인 8인...아주 작은 중국집이다.
아주머니가 주문을 하시면 바로 만들어 주신다.
탕수육도 되는지 물어보고 주문했는데.
아주머니가 주방에 물어본 뒤에 주방장께 컨펌 받고 된다고 하신다.
주방쪽을 바라보면서 앉아있었는데..
우리가 주문했을때 탕수육이 나오는 프로세스는 이렇다.
1. 손님이 주문함.
2, 아주머니가 주방에 문의
3. 주방장님 한 3초간 생각뒤에 OK
4. 아주머니가 된다하심
5. 아주머니 탕수육고기 어디선가 가져오심 헉...
6. 탕수육 준비...튀김옷 입히고...튀기고, 양념까지...그리고 양배추 썰기...
7. 탕수육 나옴...
한 15분 걸린 것 같다.
짜장면을 빼고 탕수육이나 다른 메뉴를 시키면 뭐 기다리는 사람은 상관없는데
주문한 사람 바로 뒤에 있는 사람은 낭패다..
앞 사람이 주문한 것을 다 만들기전에는 짜장면도 나오지 않기 때문...
양념통
단무지와 춘장...양파..
탕수육이 나왔다. 운이 좋았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방금해서 야들야들하고 아주 맛있는 탕수육이다...뒤쪽에 양배추 썬거...장인정신이 느껴진다.
먼저 썰어놓은 것이 아니다. 방금 썬 양배추다.
주문을 받으시면 그때서야 면을 만드신다.
탕수육 다만드시고 이제 우리 면을 만드시는 아저씨...
간짜장 등장...면이 탱글 탱글...부드럽다.
수타면....면이 아주 좋다.
양념은 따로 볶아서...
이렇게 부어서 섞어 먹으면 된다.
조미료와 카라멜을 넣지 않고 만드신다는데...
처음 입에 넣고..'뭐야 이거 너무 밍밍하자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한것과 달리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달지 않다. 뭔가 다르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아주 천천히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잘때가 된 지금 이 짜장면이 생각난다.
탕수육을 먹었던 것이 맛을 잘 못 느끼게 한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다음에는 그냥 짜장면을 시켜봐야겠다.
나오는 길에 어항속에 들어있는 잡동사니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동네 분위기.. 독특한 중국집..
지금은 짜장면을 아무때나 먹을 수 있지만
어릴때는 짜장면 먹는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그런 느낌을 다시 얻은 듯한...
분명히 밍밍했는데...
신성각에서 얻은 것은 음식점도 있지만.
주인장의 철학,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힌 곳에서 20년간 짜장면집을 해온 것 자체가
바로 경쟁력...
효창공원 산책을 해본다.
볕이 좋은 날이다.
효창공원이 이런 곳이었군...
와플하우스가 이렇게 달라졌다. 깔끔해지긴 했는데 뭔가. 아쉽다...
다시 터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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