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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WU] 우리집 강아지 삼순이 자랑...

by bass007 2010. 6. 3.


우리집 강아지 삼순이를 자랑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삼순이는 여러가지면에서 자랑할만한 강아지인 동시에 제 몫을 다하는 훌륭한 우리집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삼순이는 세번째 태어난 강아지이기 때문에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 우리집에 오기 전부터 이름이 삼순이였다.

삼순이가 우리집에 처음 온 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날은 군대에서 내 첫 휴가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품에 안겨 몇가지 살림살이와 같이 온 삼순이는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삼순이는 다른 집에서 포기한 강아지였다. 너무 말을 안듣는 다고..

하지만 삼순이는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부터 삼순이는 아주 적응을 잘했다. 가족들에게 짖지도 않고 아주 얌전했다. 

삼순이가 말을 안들어서 우리집에 왔다는 것은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

덕분에 우리 가족이 되었지만...


이름은 좀 촌스럽지만. 삼순이는 아주 세련된 강아지다.

다리도 아주 길고. 언제나 머리를 똑바로 들고 걸어다녀서 스타일 좋은 아가씨를 연상하게 한다.

밖에 나가면 다른 남자 개들이 따라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아주 도도하게 그 앞을 쓰윽 지나가버려서.

다른 개들을 무안하게 만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자랑스러워...'



삼순이는 인내심이 많은 강아지다.
 
먹을 것이 있어도 보채지 않는다. 그냥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아주 고단수다...

난 먹을 것에 이렇게 의연한 강아지를 본 적이 없다.

슈렉에 나온 고양이처럼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먹을 것을 안 줄수가 없다.

하지만 사료나 정해진 식사 이외에 다른 것을 주는 것은 안좋다고 해서

최근에는 독한 마음을 먹고 주지 않고 있다.


삼순이는 똘똘한 강아지다.

다른 강아지들은 낯선 사람이 오면 막 짖는데, 삼순이는 언제 짖어야 할지 일단 주위의 눈치를 보고 짖어야 할 것 같으면 그 때서야 소리를 낸다.

아주 똑똑한 강아지다. 경박스럽지않고 인내심이 강하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강아지도 없는 법.. 

삼순이에게도 한가지 약점은 있다.


바로






돈에 약하다.  ㅠ ㅠ

다른 것에는 강한데 삼순이는 돈만 보면 계속 달라고 한다.

비슷한 크기 종이에는 관심을 안갖는데 돈은 어떻게 알고 꼭 달라고 한다.

돈을 물면 자기가 항상 앉는 방석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그 돈을 짚으려고 하면.. 째려본다.  ㅠ ㅠ



아마 삼순이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알뜰한 가정주부가 됐을 것이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ㅠ ㅠ 


삼순이는 제 할 몫을 다하는 강아지다.

삼순이가 우리집에 온 뒤로 언제나 함께 였다.

애완견을 데리고 가지 못하는 곳을 제외하곤 여행을 갈때나 나들이 갈 때도 항상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자랑스러워...:) 


삼순이는 자연주의견이다.

맨발로는 잘 안다니는데 시골에만 가면 아주 좋아서 잘 뛰어다닌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마치 사람처럼 멀리 응시하기도 한다.

가끔 보면 얘가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개로 사는게 쉽지 않아. 그래도. 뭐 이왕 이렇게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라고 한마디 할 것 같다.

삼순이는 아주 감성이 풍부한 강아지다.




삼순이는 애정이 풍부한 강아지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항상 이렇게 배를 긁어달라고 한다. 배를 만져주면 아주 좋아한다.

힘이 빠져서 집에 돌아와도. 나를 반겨주는 삼순이를 보면 힘이 난다.

이 녀석 밥값은 제대로 한다.


삼순이는 언제나 용모단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 정도에서 좀 지나면 털이 북실 북실해지는데..그러면 자신이 그동안 모아논 돈을 턱 하고 내놓고 털을 깍아달라고 한다.



미용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니 삼순이는 천상 여자다.


삼순이는 드라이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옆자리에 타면 항상 이 자세를 유지하고 밖을 바라본다. 덕분에 운전을 천천히 할 수밖에 없다.


삼순이는 가끔 자신이 운전을 하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심통난 표정을 짓는다.

그럴때는 운전석 내 무릎위에 올려준다.

'알았어. 주차실력만 좋아지면 운전 시켜줄께'

나의 이런 거짓말을 알면서도 매번 삼순이는 넘어가준다. 

그러고보면 참 삼순이는 너그러운 강아지다. 



삼순이는 좋은 모델이다.

내 카메라를 아주 좋아한다. 렌즈를 들이밀면 알아서 포즈를 취해줄지도 안다. 

나 같은 엉터리 사진사에게는 좋은 모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삼순이는 내 렌즈에 잡힌 피사체 중에 최고 모델이다. 

그리고 모델료도 받지 않는다. 

삼순이는 상냥하고도, 너그러운 강아지다.



삼순이는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강아지다.

최근에는 캠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콜맨 코트에 앉는 것도 좋아한다. 아 그리고 삼순이는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녀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사든 빨간색으로 골라야한다.


삼순이는 비폭력을 주장하는 강아지다.

삼순이는 기분이 좋으면 이 자세로 앉는다.
 
보는 사람마져 편하게 느껴진다. 검은 발바닥이 아주 귀엽다.

귀여워서 잡으려고 하면 '왜 건드려!' 하듯이 파다닥 손을 뿌리친다.

삼순이 옆에 있는 초록색 개구리 인형은 삼순이의 분신이다. 언제나 이 인형을 품에 안고 산다. 다른 강아지들 같았으면 물어뜯었을 텐데..

이 개구리 인형을 가져가려거나 때리려는 시늉만 해도...평화주의자였던 삼순이는 투사로 변한다. 

삼순이는 마치 자기 자식처럼 이 개구리를 아껴준다.


이 개구리 인형은 삼순이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친구 삼아 잘 놀라고 옆에 놔두면서 함께 했다. 

사실 그동안 삼순이는 강아지들을 몇마리 낳았다.
 
우리집에서는 그 중에 한마리를 키울까? 했지만. 모든 애정을 삼순이에게 쏟기 위해 다른 강아지들을 주위에 보냈다.

강아지들이 이쁘긴 했지만 삼순이처럼 만큼은 아니었다.  

삼순이 몰래 강아지들을 분양하던 날.

삼순이는 몇일동안 새끼들을 찾으라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밥도 먹지 않아 가족들 애를 태웠다.


"개들도 이런데. 자식 버리고 가는 부모들은 뭐냐? 쯧쯧....밥도 안먹어서 큰일이네..." 


다행히 몇일이 지나자 삼순이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모든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삼순이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삼순이가 우리집에 온 뒤로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난 것이다.


내 조카 은채가 태어나면서 가족들이 삼순이에게 쏟아부었던 애정이 옮겨갔다.

물론 은채가 집에 올때만 이었지만. 그래도 삼순이는 은채가 집에 오면 풀이 죽었다.


다행히 은채랑은 잘 지냈다. 은채도 삼순이를 아주 좋아한다.

둘이 잘지내서 다행이다.
 
은채가 동물들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삼순이를 통해서 배웠으면 한다. 


그런 삼순이에게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나이가 들면서 배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나아지겠지 했는데 밥도 잘 먹지 않고, 기분도 계속 별로 인 것 같아서 병원에 가게 됐다.



삼순이는 전신 마취를 하고 2시간 동안 수술을 하고나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가족들은 삼순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삼순이의 배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삼순이를 꼭 안아줬다.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삼순아 아프지마...'


다행히 그날 이후로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얼마 뒤 집 앞에서 산책을 하다가 목줄이 없는 큰개가 짖으면서 쫓아오는 바람에 삼순이가 많이 놀랬다.

내가 있었으면 그 개와 주인을 혼내줬을텐데. 다행히 물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날 이후로 삼순이가 기가 많이 죽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도 심리적인 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나보다.


이후에는 삼순이가 자꾸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삼순이가 겁을 많이 먹었었나보다.

기운을 차리게 맛있는 것을 좀 사줘야지.

뭐야...너랑 이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


다시 얼마가 지났다.

나는 바쁘게 일을 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연달아서 출장도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마전 나는 출장을 다녀와서 바로 짐도 못풀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출근을 했다....

난 그 다음날도 우리집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집안에 항상 그 곳에 있었던 삼순이 방석, 신발, 목줄, 그리고 개구리 인형까지 없어졌다.   

내가 출장 가 있는 동안 삼순이의 존재가 사라졌다.
 

내가 집에 돌아오기 하루 전 삼순이는 우리집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다.

그 일이 있기 바로 전. 

삼순이는 마루에 누워 있다가 아무도 없는 내 방을 한번 들어와서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삼순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삼순이가 사라진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마치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무언가를 하느라고, 내 옆에서 놀아달라고 온 삼순이를 그대로 뒀던 것이 생각났다.


왜 난 너를 한번 더 쓰다듬어 주지 못했을까?

왜 다음에 놀아준다고 했을까?

다음은 없는데...


살다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떤 것이 중요한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할 때가... 


사실 그런 일들 중에 대부분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일들인데.. 

그런 일들 때문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 모르게 되어버리는.. 


나는 걷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걸었다.
 
시끄러운 것들을 피해 꼭 해야만 하는 일들만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번 일을 겪고 그 동안 마음속으로 미뤄뒀던 일들을 했다.

그 중하나가 내가 찍었던 예전 사진들을 찾아봤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로 모아두었던..

보기 보다는 기록하기 위해 담아뒀던 것들.

찍고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진들...


다행히 그 안에서 중요한 많은 사진을 찾아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 그리고 삼순이 사진들...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삼순아 너랑 산책했던 길들을 걸을 때마다...
 
다른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꺼야..

네가 집에 있는 동안 나와 우리가족들 행복했어.

고마워. 

네가 항상 자랑스러웠어...

이제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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