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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간식/Books

[BP/BOOKS]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by bass007 2016. 9. 4.


BP's :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임을 고집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보다 수필이 더 좋다. 

1979년부터 소설을 30년 넘게 쓴 자신의 방식에 대한 글. 

하지만 소설을 어떻게 쓰라는 것보다 


주된 내용은 100명의 인생은 100명의 방식이 있다. 

남 눈치볼 것 없이 하고 싶은대로 행복하게 살아라 하는 이야기. 

기존 수필들보다 좀 더 진지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추천 :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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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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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 또한 인생의 다른 다양한 일들과 마찬가지로 운이나 인연도 중요한 요소 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어떤 종류의 자격 같은 것이 요구됩니다. 이건 갖춰진 사람에게는 갖춰져 있고, 갖춰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런 것이 갖춰진 사람도 있는가 하면 후천적으로 고생고생 해가며 습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P18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축을 놓고 보면 어떤 종류의 자연도태는 적절히 진행되는 것 같아요. 아무리 널찍하다고해도 그 링에는 아마 적정 인원이라는 게 있는 것이겠지요. 

주위를 한 바퀴 죽 둘러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P19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신인 작가'들이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져갔습니다. 혹은 오히려 이런 분이 사례로서는 더 많을지는 모르겠는데 소설 쓰기에 싫증이 나서, 혹은 소설을 계속 써내기가 취찮아서, 다른 분야로 옮겨 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써낸 작품 대부분은 당시에는 나름대로 화제가 되고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 아마도 일반 서점에서 입수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소설가의 정원은 한정이 없지만 서점의 공간은 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P29 

자 그런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단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난폭한 말이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생겨먹은 모양이에요.

게다가 애초에 소설 같은 건 쓰지 않아도(혹은 오히려 쓰지 않는 편이) 인생은 얼마든지 총명하게, 유효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도 쓰고 싶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라는 사람이 소설을 씁니다. 그리고 또한 지속저그로 소설을 씁니다. 그런 사람을 나는 물론 한 사람의 작가로서 당연히 마음을 활짝 열고 환영합니다. 링에, 어서 오십시오. 


P 44 

문득 깨닫고 보니 나는 곧 서른살이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청년 시대라고 해야 할 시기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좀 신기한 기분이 들었던 게 기억납니다. '그렇구나. 인생이란 이런 식으로 술술 지나가는 것이구나' 하고


P 74 

독자가 천몇백 엔 혹은 몇천 엔의 돈을 내고 한 권의 책을 살 때, 거기에는 평판이고 뭣이고 없습니다. 있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자'라는 (아마도) 술직한 마음 뿐입니다. 혹은 기대감뿐입니다. 


P89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한마디로 뛰어난 오리지널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지 못하는 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이 지금껏 한 적이 없는 음악을 하고, 게다가 그 질이 특출나게 높았습니다. 그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건 열네살 소년이 빈약한 음질의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로 들으면서도 그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간단한 이야기지요?


P 113 

그들이 창조해낸 사운드는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들 자신의 것이었다. 

(They produced a sound that was fresh, energetic and unmistakably their own) 


P 140 

만일 당신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십시오 - 라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결론입니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또 하나 멋진 것은 그런 게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올바른 한 쌍의 눈만 갖고 있다면 그런 귀중한 원석은 무엇이든 선택 무제한, 채집 무재한입니다. 

이런 멋진 직업, 이거 말고는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P160 

어떤 문장이든 반드시 개량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 썼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해도 거기에는 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P166 

뛰어난 소설이나 뛰어난 음악도 그것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온천물과 가정용 목욕물, 온도계로 재보면 똑가은 온도라도 실제로 맨살을 그곳에 담가보면 차이를 알게 됩니다. 피부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감을 언어화하기는 어렵습니다. 


P 181 

기초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 


P 201 

나는 살아가고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나만의 방식을 어떻게든 찾아나갔습니다. 트롤럽 씨는 트롤럽 씨의 방식을 찾아냈고 카프카 씨는 카프카 씨의 방식을 찾아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신체적으로 정식적으로도 모두가 제각각 사정이 다를 것입니다. 모두가 제각각 자기만의 지론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방식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된다면 말을 바꾸자면 그것이 조금이나마 보편성을 가졌다면 이라는 얘기입니다. 나로서는 물론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P209 

그런 것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하지만 그런 종류의 지식에는 그다지 즉효성은 없습니다. 그런 지식이 진가를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유감스럽게도 눈앞의 시험 성적으로는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즉효성과 비즉효성의 차이는 예를 들어 말하자면 작은 주전자와 큰 주전자의 차이와 같습니다. 작은 주전자는 금세 물일 끓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금세 식어버립니다. 한편 큰 주전자는 물이 끓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끓은 물은 웬만해서는 식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 용도와 본연의 특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잘 구분해가며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P 211

나보다 영어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은 아주 많았지만 그들은 영어 책 한 권을 통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대충 슬슬 즐기면서 일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왜 내 영어 성적은 여전히 별로 좋지 않은가. 그래서 이래저래 생각한 끝에 내 나름대로 납득한 것은 일본 고등학교에서의 영어 수업은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실제적인 영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입시의 영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따는 것. 그것을 거의 유일한 목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지식도 중요합니다. 



P214

"학교 다닐 때 아무튼 열심히 공부해. 어려서 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어른이 되면 반드시 후회할 테니까"라는 충고를 자주 들었지만, 나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 다니는 동안에 좀 더 마음 편히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따분한 암기 공부만 하느라 인생을 낭비했다"라고 후회가 될 정도입니다. 


P215 

지금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준 그 운동이란 대체 무엇이었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그만 멍해져버렸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문제라서 간단히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학교의 체육 수업이란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P291 

뉴요커라는 잡지가 가진 명망과 영향력은 일본의 잡지로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강합니다. 일본에서 100만 부가 팔렸다. 일본에서 **상을 탔다. 라고 해도 미국에서는 '아 그래요?' 하고 끝나지만 

뉴요커에 작품 몇 편이 실렸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당장 달라집니다. 

그런 랜드마크 잡지가 한 권이라고 존재하는 문화라는 게 참 부럽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P292 

생각건대 이 세 사람이 내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레이먼드 카버의 번역자고 그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했다는 점입니다.이 세 사람은 그대로 레이먼드 카버의 에이전트고 출판사 대표고 담당 편집자입니다.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고인이 된 레이먼드 카버가 이끌어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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