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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Journey/국내여행기

[BP/국내여행기/서울] 서정주 가옥

by bass007 2013. 9. 2.


BP's : 어릴 때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어제 했던 일도 기억이 잘 안날 때가 있는데, 어릴 때 느꼈던 것들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또렷히 그 기억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게 좋은 경험이면 더 좋다. 다른 어린이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어린이들보다 더 일찍 경험하면 그 것도 더 좋다. 
여러가지 경험 중에 아마 여행의 경험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어릴 때 기억 중 가족들과 함께 했던 여행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더 많은 여행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 일정과 학원 일정에 맞춰서 움직였던 것을 돌이켜 보면 아예 하루 더 쉬고 좀 더 돌아다니는 것이, 개근상장 받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이었는데..
개학, 방학, 중간고사, 소풍, 뭐 그런 행사들이 그리 많았는지...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릴 때 유명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대단한 경험인 것 같다. 특히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아 이 분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보다. 
흠. 이분도 이렇게 유명하니 나도 그 정도는 될 수 있겠군.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누군가 대단한 사람이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극에 따라서 동기를 갖게 된. 

 돌이켜보면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랬던 것 같다. 서정주 씨 가옥은 언제나 지날 때 교과서에 나오는 그분이 이렇게 가까이에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 서정주씨를 실제로 본적이 있는지, 그냥 집만 봤는지도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어딘가 나갔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만 본 것 같은 생각이 어렴풋하게 난다. 아침에 관악산으로 매일 운동을 나가셨다니 여러번 마주쳤을 것이다. 

친일과 관련된 문제가 나올 때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직접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신문에서는 이렇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떠셨나요?'라고. 
실제로는 더 많은 복잡한 일들이 얽혀 있었을 것이다. 

말년에 와병중이실 때는 걱정이 많이 됐다. 집 앞을 지나가면서 방에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도 하고, 매번 깔끔하게 치워져 있던 집 앞에 소나무 잎사귀들이 잔뜩 있는 것을 보고 집을 비우셨나 보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시인은 세상을 떠나셨다.

아주 오랫동안 이 집은 문이 닫혀 있었는데, 우연히 그 앞을 지나다가 개방이 된 것을 보고 들어가보게 됐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나이든 시인이 앉아서 돌아다녔을 곳들을 살펴보면서....여기서 시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또 해봤다. 

그러고 보니 시를 읽은지 아주 오래된 것 같다. 시인의 집을 다녀와서 책장 속의 시집을 한번 꺼내 읽어봤다. 


집은 원형 그대로에서 크게 변화된 부분 없이 그대로 보존 되고 있다. 


마당이 있는 2층집... 


안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설명은 잘 되어 있었다. 


정원... 


곳곳에 시인의 시가 있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같다. 


나무들도 잘 가꿔져 있었다. 


수천번을 걸었을 뜰.... 


솔방울이 많이 열렸다. 


아담한 집이다. 


아무도 따지 않은 감나무가 떨어져 있다. 


내부...옛날 2층집이다. 


그의 유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인은 외출할 때 모자를 즐겨 쓰셨다. 


집안은 물론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한다. 


매번 누군가를 맞았을 거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계셨구나. 


시인은 맥주를 즐겨 드셨나보다 


생각해보니 이런 계단 오래간만이다. 옛날에는 다 이런 식이었는데. 요즘은 재미없는 아파트라니... 


시인의 방... 


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글을 썼을 것이다. 


이 집 뭔가 차분해진다. 


거실 등... 


유품들.... 늙은 시인은 78세에 공부를 하기 위해 러시아로 유학을 가신다. 
기억력 감퇴를 막기 위해 으로 인한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세계 각국의 산 이름 1625개를 30분 만에 암송하는 훈련을 매일 했다고 한다.


흠.....글씨가 이쁘다. 


2층에는 노시인의 상이 있다. 


생전 사진들... 


시집들... 


뒷마당... 

 
대나무...


쑥과 마늘의 집.....


시인은 수 많은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그리고 그가 쓰는 유품들은 하나같이 기품이 있고 옛스러웠다. 

하지만 요즘 시인들은 남길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기껏해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마우스 뭐 이런 것일텐데... 

그런 것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어울리지가 않다. 

시를 읽은지도... 종이와 펜을 써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과연 지금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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